안녕하세요. 그로우의원 장태호 원장입니다.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올린 지 벌써 8일이 지났습니다. 출사표를 올리는 제갈량이나 된 마냥 참의사 뽕에 가득 찬 글을 올렸었는데, 신생아 육아에 찌들다 보니 오늘에서야 약속을 지키게 됐습니다. 봉직의 시절 얼큰하게 취해 있던 자뻑—환자분이 저보다 먼저 읽어본 논문 따위는 있을 수 없다—을 되새기며 간만에 논문 리뷰나 한 번 해볼까 합니다.
탈모약은 의사 입장에서 쓸 수 있는 옵션이 너무너무 부족합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탈모 치료를 한다면 당연히 쓰는 것이지만, 사실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만으로 머리숱이 늘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고 스피로놀락톤을 함부로 처방하는 일부 의원들처럼 마도를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많이 선택하게 되는 옵션이 경구 미녹시딜입니다.
문제는 경구 미녹시딜의 제1 적응증이 ‘기존의 약제로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라는 점입니다. 유전성 탈모 환자분들 중 중장년층이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탈모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혈압약을 잔뜩 드시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다가 이미 혈압이 상당히 잘 조절되는 분들이라면 여기에 경구 미녹시딜을 끼얹어도 될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거기다 아주 드물지만 심낭삼출처럼 식은땀이 절로 나는 무서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죠.
아직 7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July 2025입니다. 오븐에서 막 꺼냈습니다.
오늘 찍먹해볼 자료는 JAAD(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최신호에 실린 논문입니다. 제조업은 몰라도 아직까지 의학 논문은 믿고 쓰는 미제가 최고입니다. 이 좋은 것, 저만 읽고 즐기면 안 되니 퍼플렉시티 선생님에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리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함께 보시죠.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의 혈압 안전성 연구
본 연구는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를 위해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들에서 혈압 변화를 조사한 대규모 다기관 코호트 연구입니다.
연구 배경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발모 효과가 발견되어 현재는 탈모 치료에 널리 사용됩니다.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LDOM, 5mg/일 이하)은 안드로겐성 탈모에 효과적이지만, 이미 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에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고혈압 환자 총 319명이 분석에 포함됐습니다.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다 보니 백인이 약 60%, 흑인이 25%, 아시아인은 7%에 살짝 못 미치고 소수의 히스패닉으로 코호트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요 연구 결과
연구 결과,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 복용 전후 혈압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전체 환자군에서 수축기 혈압은 132±15mmHg에서 132±17mmHg로, 이완기 혈압은 77±11mmHg에서 77±10mmHg로 변화했으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P>0.05).
개별 혈압약 종류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ACE 억제제, 칼슘채널차단제, 티아지드 이뇨제 등 주요 혈압약 복용군 모두에서 미녹시딜 추가 후 혈압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안전성 프로필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의 안전성은 비교적 양호합니다. 1,404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환자의 79.4%는 부작용 없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으며, 18.9%는 용량 조절 후 문제없이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다모증(15.1%)이었으나, 이로 인한 치료 중단률은 0.5%에 불과했습니다.
거의 동일한 주제의 연구를 몇 번씩 접합니다. 지지리도 돈이 안 되는 유전성 탈모 연구의 특성상, 많은 자료들이 연구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든지 대상자 숫자가 너무 적다든지 등 무턱대고 믿기엔 의심스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갓JAAD에 실린 만큼 대상자 숫자도 충분합니다. 임상적으로는 3~5mmHg 사이의 혈압 변화가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 영역에서의 검정력은 92%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물론 제가 이 논문을 하나 봤다고 해서 모든 찝찝함을 떨쳐내고 경구 미녹시딜을 난사하게 되진 않겠습니다만, 최소한 원래 혈압약을 드시던 분들 중 제가 미녹시딜까지 처방해드린 분들은 조금 더 안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로우의원
장태호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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